이달의 작가 글. 서희영 객원 에디터 사진. 작가 제공
미래 유물을 만드는 현대미술가 유의정 도자기는 쓰임을 위해 발생해 그 기술과 영역을 확장해 왔다. 기器의 형태는 쓰임을 위한 형태이지만 장식을 더하고 아름답게 다듬어 보기 좋게 발전시켜온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조형물이다. 이렇게 보면 도자를 기器와 조형으로 나누는 게 모호해진다. 애매한 가운데서도 애써 전통도예와 현대도예, 실용도자와 조형도자, 다시 기器와 도조 등으로 구분 지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유의정 작가는 이런 경계 짓기 속에 과감한 시도로 속시원한 분탕질을 보여준다.

작가 유의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영국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중국 상위박물관, 노르웨이 국립장식예술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국내외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색상가면 色相假面>2021 , <금은보화 金銀寶貨 - 일상에서 찾은 보물들> 2018, <방어기제防禦機制> 2010 등 1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시대가 담긴 유물 도자기
유의정 작가의 오랜 작업은 끊임없이 ‘그러므로 도자기...’로 회기했다. 유년시절부터 박물관 도자기를 바라보며 남다른 동경을 키웠던 그는 자연스럽게 도예과에 진학했다. 대학과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 도자역사의 장구한 레퍼런스는 그 다양한 기법들과 시 대를 투영한 미감으로 끊임없는 탐구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도예과 재학 당시 조형도 자의 주류 속에서 무언가 형상을 만드는 조형작품이 왜 도자기의 형태면 안 되는 가 하 는 지점에 이른다. ‘그러므로 도자기’ 형태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여러 형태의 도 자기들 항아리, 접시, 사발 등을 쌓아 새로운 형태의 조형을 만들었다. 여기에 동서고금 을 넘나드는 문화의 상징물들을 장식으로 사용했다. 호메로스의 시와 흉상이 등장하기 도 하고, 에미넴의 노래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유의정 작가의 작품은 현시대를 반영 하는 도자기로 근대 이후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많은 상업제품과 그 로고를 시 대의 상징으로 이용한다. “도자기는 오랜 역사속에서 늘 그 시대를 반영해 왔다. 현대 의 도자기는 현대를 반영하고 내 작품은 현대의 아이콘들을 담는다.” 때로는 기법과 문 양이름을 넣어 OOO자OO호 라고 이름 붙여지는 박물관 도자항아리의 형태에 미키마 우스나 하트무늬를 넣어 장식하기도 하고, 권위와 부귀영화 다산의 기원을 담아 장식 했던 옛도자기의 형태에 현대인의 욕망이 담긴 문구나 기업로고들을 채워 넣는다. 플 라스틱 제품을 캐스팅한 청자는 표면장식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조형을 도자기의 물성 으로 재창작 해낸다. 지금을 대변하고 있는 산업의 이미지들은 당대의 모습이, 타입캡 슐처럼 보존된 박물관 도자기처럼, 훗날 이 시대를 담아 전해질 것이다. 그는 “도자의 형상안에 담긴 이미지와 그 안에 들어가는 의미를 탐구한다. ”고 말한다.

「MD002SB(용문대호)」 44×44×54(h)cm│도자기, 유약│2020

「CM001」 25×25×44(h)cm | 도자기, 유약 | 2020
형태로서의 도자기, 물질로서의 도자기
유의정 작가는 표현 매체로 ‘도자기’를 활용한다. ‘도자기’ 라는 말은 때로 흙으로 빚어 유약을 입히고 고온으로 소 성한 물질을 지칭하기도 하고, 달항아리나 매병, 주병의 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기의 형태를 갖던 그렇지 않던 소 재를 지칭하기 위해 도자기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도자기 형태와 실체가 있는 그 도 자기를 말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도자기’는 유의정 작가 에게 예술을 지속하는 창작욕과 아이디어의 원천이며, 시각예술의 표현방법이자 완성된 그의 작품이 된다. 그 럼에도 청자작가나 백자작가가, 분청작가가 아닌 예술가 유의정은 다양한 태토의 항아리를 빚고 상감을 하고, 화 장토로 장식하고, 전통안료로 그림을 그리며 때로 캐스 팅한 형태를 조합하기도 한다. 전통유약은 물론 색유, 상 회안료도 사용하고 때로 사진을 이용한 전사작업도 한 다. 다양한 기법을 탐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작업 방향성 을 장인의 경지에 두지 않고, 표현매체로서 도자 활용하 기에 두었기에 자유롭다. 유의정 작가는 분화된 장인처 럼 기법의 완성을 추구하기 보다 도자기를 매체로 활용 하는 예술가로서 모든 과정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활용한다.
“ 도자의 프로세스가 작품안에 담기길 바란다.
작업과정에서 도자의 재료들과 고온으로 소성됐을 때 물질이 변화되는 현상에 시각적 의미를 담아 작업한다.”
그의 작품 청화백자용문대호, 청화백자송죽문대호는 아 마도 용그림이거나 소나무와 대나무 그림이었을 코발트 화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유약과 함께 흘러내린 안료는 도자기 아랫쪽으로 갈 수록 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 형돼 맑은 유약속에 섞여 있다. 그리고 코발트가 녹아 든 맑은 유약은 다시 매트한 색유 위에 맺혀 있다. 가마안에 서 흘러내리도록 고온으로 소성하며 애써 그린 그림이 흘러내린 이미지를 만들게 의도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 정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반복해서 소성하는 것은 화폭위의 그림을 손질하듯 예술의 과정이 된다. 페인트통을 매달아 물감을 뿌리고, 날리는 추상화 처럼 그의 도자기도 작가가 온전히 관여하지 못한 그림 을 입었다.

「CC005SB」 27×27×38(h)cm | 도자기, 유약 | 2020
현대미술로서의 도자작업
유의정 작가의 작업은 도자기의 물성을 활용해 자유롭게 성형하고, 수많은 장식기법을 활용해 이 시대를 표현한 다. 유의정 작가의 최근작들을 지난 달 열린 <2021아트 부산>에서 만났다. 청화백자죽문호, 철화백자포도문호 는 전통도자기의 형태와 문양을 어떤 매체보다 적극적으 로 현대미술에 끌어들였고, 아크릴컬러처럼 화사하지만 가마에서 완성된 색유를 입고 반전매력을 뽐낸다. 이 이 질적인 색의 대립 혹은 질감의 대립은 하나의 도자기위 에 두개의 조형 혹은 두개의 화면을 만들며 호기심을 자 아낸다. 한국도자기에 자주 등장하는 용그림이 있는 항 아리들은 무슨무슨용문호라는 등의 이름으로 용이 그 완 성된 도자기에서 주인공이 되곤 하는데,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 속 용그림은 크로마키 컬러를 입고 있다. “용이 의미하는 상징들을 소거해 전통도자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 다. 202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용모양의 크로마키 위에 어떤 욕망을 투영할까?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계는 도자, 나전, 누비 같은 전통공예를 접목한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 히 인기있는 소재는 전통도자기다. <2021 아트부산> 에서도 달항아리나 청화백자가 회화, 사진으로 그 형태 가 재생산되고 있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창작자에게 도자 는 무척 매력적인 매체로 종종 기법적인 시도로 확대를 요원하게 된다. 하지만 도자기는 그저 하나의 기법으로 접근하기에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과정마다 고도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의 집합체인 물질로써 도자기 는 호기심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20여년간 도자기법을 탐구하고 현대를 반영하는 도자기를 고민한 그의 작업이 독보적인 이유다. 그가 밝 혔듯이 그는 도자를 매체로 작업하고 있는 현대작가 유 의정이다. “도자 이미지의 재생산은 긍정적으로 보면 양 적팽창이다. 궁극적으로 도자에 대한 관심과 가치가 높 아질 것이다. 이렇게 도자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 위기가 도자기의 본질로 회기한 내 작업과정에 자신감을 더해 주기도 한다.”
융합의 예술
유의정 작가의 도자작업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의 예술이다. 다양한 기법을 과감하게 융합해 사용하는가 하는 가 하면, 도예의 아름다움과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한편, 전통도예에 매료되었던 그 가 전통도예 장인이 되지 않고, 현대도예계에 합류해 전 통도예를 배제하지 않았던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도자기는 앞에서도 언급했 듯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도의 기술 집약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을 요 하는 시대가 있었고, 산업화가 되면서 더 세분화되고 집 중된 기술이 인정받던 시대가 되었다. 기술의 분화는 도 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의 발전에 효율성을 더했 다. 최근에 와서는 이런 세분화된 역량이 다시 ‘융합 ’이 라는 말로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을 중시하는 상황이다. 이제 기술적인 효율과 속도만을 추구하기 보다 융합의 사고를 통한 창조적인 발전이 필요한 시대다. “도예의 기 법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여 러 기술로 발전해왔다. 기존의 훌륭한 기술적 데이터를 내작업에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나와있 는 안정적인 유약이나 소성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밖의 시도를 더하는 편이다.” 도자는 기존의 기법 도 다양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무한하다. 단순하게는 입체와 평면이 공존한 다는 점이고, 제작과정에서도 입체를 만드는 과정과 면 을 장식하는 과정, 입체와 입체를 조합하고 이미지와 이 미지를 더하는 과정 등으로 나눌 수도 있고 더 할 수도 있 다. “내 작업은 세분화된 장인의 기술을 추구하지 않는 다. 매 과정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조형미 를 창작하는 과정이다. 도자기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용이하다.”
도자기는 생활속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관상용으로 쓰이며 생활공간에 놓여있기도 했던 종합예술이다.
그림과는 다르게 일상과 함께하는 예술이기에 생활문화상이나 욕망들을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 놓여있던 오브제다
처음 만난 유의정 작가는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도자기의 의미를 설명하고 반복적으로 도자기가 자신의 작업에서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를 강조했다. 그는 만드는 재료 로서 소재이든,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소재이든 공통적으로는 도자라는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도자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형식들의 복합적인 테크닉과 재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융합의 창작을 지향하며, 이 는 재료로써 융합만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문양과 입 체 조각을 한데 섞어 장식하며, 과거의 미감에 당대의 미 감과 욕망을 더한 새로운 현대의 미감이 된다. 앞으로 그 의 작품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을 대변하는 새 로운 아이콘은 무엇이 될지, 계속해서 달라질 현대를 어 떤 도자기에 투영해 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Chupa Chups(celadon)」 70×45×35cm | gold painting on porcelain, celadon glaze| 2019

「신청사기삼엽당초문매병」 22×22×28(h)cm | 2019

「신분청사기인어문매병」 20×20×31(h)cm | 2019

「미소微笑」 22×24×53(h)cm│도자기, 모터│2011

「동시대 문화형태 연구·2014년의 기록」 350×100×240cm | 2014
이달의 작가 글. 서희영 객원 에디터 사진. 작가 제공
미래 유물을 만드는 현대미술가 유의정 도자기는 쓰임을 위해 발생해 그 기술과 영역을 확장해 왔다. 기器의 형태는 쓰임을 위한 형태이지만 장식을 더하고 아름답게 다듬어 보기 좋게 발전시켜온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조형물이다. 이렇게 보면 도자를 기器와 조형으로 나누는 게 모호해진다. 애매한 가운데서도 애써 전통도예와 현대도예, 실용도자와 조형도자, 다시 기器와 도조 등으로 구분 지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유의정 작가는 이런 경계 짓기 속에 과감한 시도로 속시원한 분탕질을 보여준다.
작가 유의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영국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중국 상위박물관, 노르웨이 국립장식예술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국내외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색상가면 色相假面>2021 , <금은보화 金銀寶貨 - 일상에서 찾은 보물들> 2018, <방어기제防禦機制> 2010 등 10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시대가 담긴 유물 도자기
유의정 작가의 오랜 작업은 끊임없이 ‘그러므로 도자기...’로 회기했다. 유년시절부터 박물관 도자기를 바라보며 남다른 동경을 키웠던 그는 자연스럽게 도예과에 진학했다. 대학과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 도자역사의 장구한 레퍼런스는 그 다양한 기법들과 시 대를 투영한 미감으로 끊임없는 탐구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도예과 재학 당시 조형도 자의 주류 속에서 무언가 형상을 만드는 조형작품이 왜 도자기의 형태면 안 되는 가 하 는 지점에 이른다. ‘그러므로 도자기’ 형태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여러 형태의 도 자기들 항아리, 접시, 사발 등을 쌓아 새로운 형태의 조형을 만들었다. 여기에 동서고금 을 넘나드는 문화의 상징물들을 장식으로 사용했다. 호메로스의 시와 흉상이 등장하기 도 하고, 에미넴의 노래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유의정 작가의 작품은 현시대를 반영 하는 도자기로 근대 이후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많은 상업제품과 그 로고를 시 대의 상징으로 이용한다. “도자기는 오랜 역사속에서 늘 그 시대를 반영해 왔다. 현대 의 도자기는 현대를 반영하고 내 작품은 현대의 아이콘들을 담는다.” 때로는 기법과 문 양이름을 넣어 OOO자OO호 라고 이름 붙여지는 박물관 도자항아리의 형태에 미키마 우스나 하트무늬를 넣어 장식하기도 하고, 권위와 부귀영화 다산의 기원을 담아 장식 했던 옛도자기의 형태에 현대인의 욕망이 담긴 문구나 기업로고들을 채워 넣는다. 플 라스틱 제품을 캐스팅한 청자는 표면장식에 그치지 않고 현대의 조형을 도자기의 물성 으로 재창작 해낸다. 지금을 대변하고 있는 산업의 이미지들은 당대의 모습이, 타입캡 슐처럼 보존된 박물관 도자기처럼, 훗날 이 시대를 담아 전해질 것이다. 그는 “도자의 형상안에 담긴 이미지와 그 안에 들어가는 의미를 탐구한다. ”고 말한다.
「MD002SB(용문대호)」 44×44×54(h)cm│도자기, 유약│2020
「CM001」 25×25×44(h)cm | 도자기, 유약 | 2020
형태로서의 도자기, 물질로서의 도자기
유의정 작가는 표현 매체로 ‘도자기’를 활용한다. ‘도자기’ 라는 말은 때로 흙으로 빚어 유약을 입히고 고온으로 소 성한 물질을 지칭하기도 하고, 달항아리나 매병, 주병의 형태를 말하기도 한다. 기의 형태를 갖던 그렇지 않던 소 재를 지칭하기 위해 도자기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도자기 형태와 실체가 있는 그 도 자기를 말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도자기’는 유의정 작가 에게 예술을 지속하는 창작욕과 아이디어의 원천이며, 시각예술의 표현방법이자 완성된 그의 작품이 된다. 그 럼에도 청자작가나 백자작가가, 분청작가가 아닌 예술가 유의정은 다양한 태토의 항아리를 빚고 상감을 하고, 화 장토로 장식하고, 전통안료로 그림을 그리며 때로 캐스 팅한 형태를 조합하기도 한다. 전통유약은 물론 색유, 상 회안료도 사용하고 때로 사진을 이용한 전사작업도 한 다. 다양한 기법을 탐구하는 것은 스스로의 작업 방향성 을 장인의 경지에 두지 않고, 표현매체로서 도자 활용하 기에 두었기에 자유롭다. 유의정 작가는 분화된 장인처 럼 기법의 완성을 추구하기 보다 도자기를 매체로 활용 하는 예술가로서 모든 과정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활용한다.
“ 도자의 프로세스가 작품안에 담기길 바란다.
작업과정에서 도자의 재료들과 고온으로 소성됐을 때 물질이 변화되는 현상에 시각적 의미를 담아 작업한다.”
그의 작품 청화백자용문대호, 청화백자송죽문대호는 아 마도 용그림이거나 소나무와 대나무 그림이었을 코발트 화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유약과 함께 흘러내린 안료는 도자기 아랫쪽으로 갈 수록 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 형돼 맑은 유약속에 섞여 있다. 그리고 코발트가 녹아 든 맑은 유약은 다시 매트한 색유 위에 맺혀 있다. 가마안에 서 흘러내리도록 고온으로 소성하며 애써 그린 그림이 흘러내린 이미지를 만들게 의도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 정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반복해서 소성하는 것은 화폭위의 그림을 손질하듯 예술의 과정이 된다. 페인트통을 매달아 물감을 뿌리고, 날리는 추상화 처럼 그의 도자기도 작가가 온전히 관여하지 못한 그림 을 입었다.
「CC005SB」 27×27×38(h)cm | 도자기, 유약 | 2020
현대미술로서의 도자작업
유의정 작가의 작업은 도자기의 물성을 활용해 자유롭게 성형하고, 수많은 장식기법을 활용해 이 시대를 표현한 다. 유의정 작가의 최근작들을 지난 달 열린 <2021아트 부산>에서 만났다. 청화백자죽문호, 철화백자포도문호 는 전통도자기의 형태와 문양을 어떤 매체보다 적극적으 로 현대미술에 끌어들였고, 아크릴컬러처럼 화사하지만 가마에서 완성된 색유를 입고 반전매력을 뽐낸다. 이 이 질적인 색의 대립 혹은 질감의 대립은 하나의 도자기위 에 두개의 조형 혹은 두개의 화면을 만들며 호기심을 자 아낸다. 한국도자기에 자주 등장하는 용그림이 있는 항 아리들은 무슨무슨용문호라는 등의 이름으로 용이 그 완 성된 도자기에서 주인공이 되곤 하는데,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 속 용그림은 크로마키 컬러를 입고 있다. “용이 의미하는 상징들을 소거해 전통도자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 다. 202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용모양의 크로마키 위에 어떤 욕망을 투영할까?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계는 도자, 나전, 누비 같은 전통공예를 접목한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 히 인기있는 소재는 전통도자기다. <2021 아트부산> 에서도 달항아리나 청화백자가 회화, 사진으로 그 형태 가 재생산되고 있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창작자에게 도자 는 무척 매력적인 매체로 종종 기법적인 시도로 확대를 요원하게 된다. 하지만 도자기는 그저 하나의 기법으로 접근하기에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과정마다 고도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의 집합체인 물질로써 도자기 는 호기심만으로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20여년간 도자기법을 탐구하고 현대를 반영하는 도자기를 고민한 그의 작업이 독보적인 이유다. 그가 밝 혔듯이 그는 도자를 매체로 작업하고 있는 현대작가 유 의정이다. “도자 이미지의 재생산은 긍정적으로 보면 양 적팽창이다. 궁극적으로 도자에 대한 관심과 가치가 높 아질 것이다. 이렇게 도자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 위기가 도자기의 본질로 회기한 내 작업과정에 자신감을 더해 주기도 한다.”
융합의 예술
유의정 작가의 도자작업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의 예술이다. 다양한 기법을 과감하게 융합해 사용하는가 하는 가 하면, 도예의 아름다움과 현대미술이 요구하는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한편, 전통도예에 매료되었던 그 가 전통도예 장인이 되지 않고, 현대도예계에 합류해 전 통도예를 배제하지 않았던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도자기는 앞에서도 언급했 듯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도의 기술 집약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을 요 하는 시대가 있었고, 산업화가 되면서 더 세분화되고 집 중된 기술이 인정받던 시대가 되었다. 기술의 분화는 도 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의 발전에 효율성을 더했 다. 최근에 와서는 이런 세분화된 역량이 다시 ‘융합 ’이 라는 말로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을 중시하는 상황이다. 이제 기술적인 효율과 속도만을 추구하기 보다 융합의 사고를 통한 창조적인 발전이 필요한 시대다. “도예의 기 법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여 러 기술로 발전해왔다. 기존의 훌륭한 기술적 데이터를 내작업에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나와있 는 안정적인 유약이나 소성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밖의 시도를 더하는 편이다.” 도자는 기존의 기법 도 다양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무한하다. 단순하게는 입체와 평면이 공존한 다는 점이고, 제작과정에서도 입체를 만드는 과정과 면 을 장식하는 과정, 입체와 입체를 조합하고 이미지와 이 미지를 더하는 과정 등으로 나눌 수도 있고 더 할 수도 있 다. “내 작업은 세분화된 장인의 기술을 추구하지 않는 다. 매 과정을 예술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조형미 를 창작하는 과정이다. 도자기는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용이하다.”
도자기는 생활속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관상용으로 쓰이며 생활공간에 놓여있기도 했던 종합예술이다.
그림과는 다르게 일상과 함께하는 예술이기에 생활문화상이나 욕망들을 적극적으로 투영하는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 놓여있던 오브제다
처음 만난 유의정 작가는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도자기의 의미를 설명하고 반복적으로 도자기가 자신의 작업에서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를 강조했다. 그는 만드는 재료 로서 소재이든,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소재이든 공통적으로는 도자라는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도자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형식들의 복합적인 테크닉과 재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융합의 창작을 지향하며, 이 는 재료로써 융합만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문양과 입 체 조각을 한데 섞어 장식하며, 과거의 미감에 당대의 미 감과 욕망을 더한 새로운 현대의 미감이 된다. 앞으로 그 의 작품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을 대변하는 새 로운 아이콘은 무엇이 될지, 계속해서 달라질 현대를 어 떤 도자기에 투영해 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Chupa Chups(celadon)」 70×45×35cm | gold painting on porcelain, celadon glaze| 2019
「신청사기삼엽당초문매병」 22×22×28(h)cm | 2019
「신분청사기인어문매병」 20×20×31(h)cm | 2019
「미소微笑」 22×24×53(h)cm│도자기, 모터│2011
「동시대 문화형태 연구·2014년의 기록」 350×100×240cm | 2014